[정은란 학예사 기고- 중부일보]

도심 사찰 최초 보물이 된 법당 성남시, ‘봉국사 대광명전’...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에 위치한 봉국사 대광명전이 경기도 유형문화재에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승격 지정되었다. 성남시는 봉국사 대광명전이 보물로 지정됨에 따라 서울·경기 지역에서 여주, 안성, 화성에 이어 불교 건축 문화재 보물이 위치한 네 번째 도시가 되었다. 성남의 역사 문화 위상이 한순간에 높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주목할 것은 봉국사 대광명전은 도심 주거 지역에 위치한 사찰 건축물로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보물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전통 사찰의 특성상 대부분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고 도심 속 사찰의 경우 도시화로 인하여 수백년전 건축 원형이 그대로 유지되기란 쉽지 않다.

성남이라는 대도심 속에서 전통의 명맥을 이어 원형의 역사적 가치를 지닌 봉국사 대광명전의 보물 승격은 역사의 수난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봉국사의 질긴 생명력이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봉국사는 조선 현종 임금이 요절한 두 딸 명선·명혜공주의 명복을 위해 지은 절이다. 현종에게 사찰 건립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현종은 불교를 배척하는 정책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펼친 국왕이었다. 즉위 2년 모든 승려들을 환속하라는 명을 내렸다. 그러나 대신들의 반대에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도성 안의 왕실 사찰 자수원(慈壽院)과 인수원(仁壽院) 두 사찰을 철거함으로써 척불정책의 쾌거를 이루었다는 평을 받았다. 그랬던 현종이 1673년 4월과 8월, 9살, 14살의 두 딸을 차례로 잃으면서 그녀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사찰 봉국사를 짓게 한 것이다. 봉국사가 세워진 해로 알려진 1674년 2월 현종의 어머니 왕대비 장씨도 세상을 떠났다. 몇 개월 차이를 두고 사랑하는 두 딸과 어머니를 잃은 현종의 슬픔은 옥체마저 상하게 하였는지 그도 1674년 8월 갑자기 승하하였다.

‘봉국사신창기’에는 현종의 왕비 명성왕후가 공주들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에 금강산 스님 축존(竺尊)에게 절을 짓게 하였으며 절을 지을 때 궁중의 관리들이 파견되어 감독하였고, 완공되자 봉국사라는 현판이 내려졌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봉국사 건립은 부모와 자식지간의 정과 사랑에 의한 일이라는 마치 해명하는 듯한 글과 함께 불교와 유교의 다툼을 경계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의 ‘봉국사신창기’가 1674년 8월에 쓰여졌기 때문에 봉국사 건립연대는 1674년으로 비정되고 있다.

그러나 공주들이 사망한 이듬해 1674년 봉국사 건립이 명해졌다는 사실과 봉국사 대광명전의 기둥으로 쓰여진 건축 목재의 연륜연대 측정 결과 1673년 가을에서 1674년 봄 사이에 벌채된 소나무가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1674년 봄부터 건축이 시작되어 그해 가을에 건축이 완성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목재가 건축에 쓰이기까지 건조과정을 거쳐야 함을 감안한다면 ‘봉국사신창기’가 쓰여진 1674년 8월 대광명전 건축이 완성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1675년(숙종 1년) 숙종이 여동생들인 두 공주의 사우를 세울 때 관에서 돕도록 명했다는 실록의 기록을 통해 봉국사 건축은 숙종 즉위 초까지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대광명전의 건축 목재 연륜연대 측정 결과는 이번 보물 승격에 큰 역할을 했다. 봉국사에 대한 역사 기록은 비교적 다양하다. 그러나 그 기록이 실체와 부합되는지 증명할 길은 묘연했다.

충북대학교 나이테연구센터에 의해 봉국사 대광명전 건축목재의 절대연도가 밝혀짐에 따라 봉국사 창건 시기는 과학과 기록이 뒷받침해주는 진정성을 획득하게 된 것이다.

도심 속 사찰이 된 봉국사의 사연은 산기슭에서 시작된 성남 도시 역사에서 기인한다. 광주대단지라는 대규모 도시개발의 풍랑 속에 봉국사는 살아남았지만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과 함께 사찰의 역사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져갔다.

대광명전의 보물지정은 위대한 역사를 품은 봉국사의 저력이 드러난 단편에 불과하다. 2009년과 2018년에 각각 보물로 지정된 서울 지장암 목조비로자나불좌상(국립중앙박물관 소장)과, 서울 칠보사 목조석가여래좌상(칠보사 소장)은 1939년 봉국사에서 옮겨진 불상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화재들의 연혁에서 봉국사를 찾아볼 수 없다. 연혁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들 불상과 같은 표현 기법 및 형태적 특징을 지닌 성남 봉국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경기도유형문화재)은 복장물이 전해지지 않아 이 역시 광해군의 왕비 장열왕후에 의해 조성되어 자수원과 인수원에 안치된 11존상 중의 하나일 수 있다는 점을 직접 증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봉국사 대광명전의 사례와 같이 역사 기록과 과학 조사를 통해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봉국사는 독립운동 관련 인쇄물을 제작 배포하고 대한독립단을 조직하고자 활동했던 김교상(1889~1946)이 검거되기 전까지 은거했고 독립운동가들과 회합했던 곳이다. 봉국사는 불교계는 물론 성남시 독립운동 선양을 위한 또 하나의 기념 공간인 것이다.

봉국사 대광명전의 보물지정으로 문화재에 대한 우리의 사명을 다했다는 자족은 이르다. 고즈넉한 산사, 봉국사의 경관을 되돌려 줄 수는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봉국사의 잊혀진 역사를 찾기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기 때문이다.

사진1: 17세기 양식을 보여주는 대광명전 기둥 상부 익공

사진2: 봉국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사진3: 보물 제 2004호 서울 칠보사 목조석가여래좌상

사진4: 서울 지장암 목조비로자나불좌상

<정은란 성남시 문화예술과 학예연구사>

중부일보 기사 원문보기

http://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575235